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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울비] 겨우살이

  • 작성자 사진: TC
    TC
  • 2019년 12월 17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19년 12월 21일

Written by. 프로키온(@Procyooon11)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평소처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디트로이트의 어느날.


프라울의 방은 천장이 뚧려있어서 눈이 들이치기 일수였다. 그나마 천장 역할을 대신해주던 나무도 지금은 앙상히 가지만 남아서 바닥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고 있었다. 프라울이 대나무 발 문을 들어올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을때, 그의 방은 이미 하얀 눈이 날리는 스노우볼의 안 세상처럼 하얗게 변해있었다. 동체에 물이 뭍는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지만, 단지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조용하다는 이유로 프라울은 그 기저에 깔린 프로그램을 떠나 눈내리는 날을 좋아했다. 자신의 방에 조용히 내린 겨울을 보며, 그는 자신의 삶을 느꼈다. 젊었을때의 혈기는 요카트론의 사상을 받아들여 수행하며 서서히 식어 마침내 그의 마음속에는 눈오는날과 같은 평온이 찾아왔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방은 완전한 평온을 이루지 못하고있었다. 나무 위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길을 잃은 고양이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그는 나무에 다가갔으나 눈이 내려 회색빛 앙상한 나무가지에는 봄과 같은 이질적인 샛노란 메크가 매달려있었다.


프라울이 나무에 오를때는 정확히 무게를 계산하고 분배해 오르기에 아무리 무거워도 나무가 견딜 수 있었지만 철없는 미니봇이 그런 계산을 할 리가 없었다. 프라울은 한숨을 쉬고 범블비가 있는 나무가지 밑으로 걸어가 팔을 앞으로 뻗었다. 프라울의 예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에 나무가지가 부러지며 범블비가 떨어졌다.


"으아악!"


범블비는 기지가 떠나갈정도의 비명을 지르며 프라울의 품으로 쏙 떨어졌다. 가뿐히 그를 안은 프라울은 굳은 표정 그대로 그를 내려다 보았고 어린 미니봇은 자신이 차가운 눈 바닥이 아닌 프라울의 품속으로 떨어졌다는걸 알아차리고 질끈 감고있던 커다란 옵틱을 떠 두어번 깜빡였다. 범블비는 청아하고 푸른 하늘같은 옵틱을 크게 뜨고 놀란듯 프라울을 올려다보다가 자신이 나뭇가지를 부러트렸다는 사실을 알고 애매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하하.. 그게.. 내가 설명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탓이 아니야! 나뭇가지가 너무 약해서.."

"하아.. 범블비. 거기 왜 올라간거야?"


프라울이 한숨을 쉬며 묻자 범블비는 양손 검지 디짓끝을 톡톡 맞닿게 부딛혀 초조함을 표시했다. 조그맣고 말 많은 오토봇은 프라울의 굳은 표정을 보고 화가 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범블비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말하려다가 프라울이 말에 가로막히자 그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저 위에 겨우살이가 있었단 말이야."

"겨우살이를 뭐에 쓰려고?"


평소 자연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던 범블비가 떨어질것을 각오하고 나무위에 올라가서 꺾으려던것이 꽃도 아니고 겨우살이라는 말에 프라울이 의아함을 표시하며 그를 내려다보았고 프라울의 품에 안겨서 시선을 피할수도, 도망칠수도 없는 범블비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겨우살이 밑에서는 반드시 키스해야 하는 지구 풍습이 있다고 사리가 이야기해서..."

"그래서. 그렇게 해서라도 내 키스를 받아내려고 했었다?"

"으응.."


프라울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았으나 범블비는 너무 부끄러워서 올려다 보지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눈으로 덮인 나무에 올라가느라 몸이 차가워진 동체와 달리 프라울의 큰 손은 따스했고 범블비는 프라울의 품 속에서 녹아내릴것만 같았다. 범블비의 뺨이 춥다가 따뜻해져서 과한 혈류가 뺨에 흘러 붉어진건지 아니면 단지 부끄러운건지 몰랐지만 프라울의 품 안에서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는것 만은 알 수 있었다. 이마에 차가운 눈 송이 하나가 내려앉자 그는 고개를 들어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프라울과 자신이 따지 못한 겨우살이가 옵틱에 들어왔다.


온통 회색과 무채색밖에 없는 프라울의 방에 범블비의 선명한 노란색이 눈이 부시게 빛났다. 그 노란 색체에 서서히 붉게 물든 뺨은 마치 눈이 내려 모든것이 정적인 이 겨울과 같은 공간에서 유일하게 봄의 생명을 지닌듯 보였다.


"꺾어 오지 않아도 괜찮지?"

"그게 무슨뜻이야?"


말뜻을 이해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범블비의 뺨에 프라울의 입이 가볍게 맞다았다. 눈때문에 차가워져있던 범블비의 동체는 이제 프라울의 손보다 따뜻할정도로 과열되어 있었고 콩닥거리는 스파크소리가 프라울에게 들릴정도였다. 정작 적극적으로 달라들때는 언제고 프라울이 조금의 애정의 표시만 보여도 그의 야속한 엔진은 터질듯 돌아갔다.


"여기도 겨우살이 밑이잖아."


프라울의 말에 범블비가 키득거리며 웃은 뒤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프라울의 차가운 입에 범블비의 따스하고 조그마한 입술이 살짝 닿았다가 멀어졌다. 부끄러운듯. 온기만 남길정도의 짧은 입맞춤이었고 안그래도 프라울의 품에 안겨있어서 과열된 동체는 금방 그 행위로 인해 더욱 따뜻해졌다. 겨울이 내린 차가운 방 안에 유일하게 따스함을 남기는 이 생명을 프라울은 내려다보았다. 인위적으로 끌어왔던 기나긴 겨울이 그로인해 끝날까 두려웠으나 이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며 프라울은 범블비의 입술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고 그의 세까만 입속을 탐하였다. 뜨거운 숨결이 차가운 자신의 스파크를 녹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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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TC
TC
2019년 12월 21일

“오라이언이...잘 해 주냐?”

“또 뭔소리야.”

“요새는 맨날...클리닉에만 있고...나랑은 연락도 안하고...”

“파르마....”

“그 봇은...경찰이니까...의학적 지식은 하나도 업을텐데...말은 잘 통하냐...?”

“파르마......”

“나랑은...이제...친구 안할거야...? 그런거야...? 이젠 떡대왕가봇 타입이 좋은거야...?”

“미쳤냐...? 너 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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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TC
2019년 12월 21일

<찰리의 귀여운 카마로>


이런 식으로 재회하리라 누가 예측했을까. 찰리와 범블비 사이에는 반가움이 섞인 어색함이 감돌았다. 지구인의 도움이 어쩌다 필요해지게 된 게 재회의 첫단추였다. 예전처럼 자기 때문에 정부와 얽힐까봐 범블비는 섣불리 찰리 얘길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갈수록 꼬여가는 상황이 그를 끌고갔다.


오랜만에 만난 찰리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 분위기나 성격은 여전한 것 같았다. 다만 웃을 때 눈가와 입가에 시간의 흐름이 패였고, 그 때만큼 민첩하게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찰리는 찰리였다. 둘은 묵은 회포를 풀 겸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그대가 정말 그리웠고 이렇게 다시 만나 행복하다는 내용의 러브송이 찰리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끝없는 드라이브도 이윽고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범블비는 찰리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타이어 방향을 돌렸다.


"범블비, 잠시만."


찰리가 카마로를 멈춰세웠다. 그녀가 멈춘 곳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빨강색과 초록색으로 장식한 마트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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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TC
2019년 12월 21일

휴일을 맞이한 사버트론에도 불이 꺼지지 않은 곳이 잇엇는데, 로디온의 경찰 본부가 그러햇따. 모두 휴일을 즐기기 위해 소중한 사람 혹은 따뜻한 집으로 돌아갔지만 우리애 수퍼캅 오라이언 팩스는 본부를 떠나지 안앗따. 남들이 두고 간 일들을 처리하며 쉬어야 하는 날을 바삐 보내고 잇엇따. 그러키에 그의 연인 김의원이 찾아와 데스크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곤 불평스러운 얼굴로 오라욘의 일이 끗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시다.


“자네는 참,,, 가슴뿐 아니라 오지랖도 넓군.”

“경찰서에서 그런 말은 삼가주십시오.”

“사실이잖나! 이 흉갑! 어!”


의원은 팩수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팍팍 쳤따. 팩스가 잠시 고개를 들어 노려보자 큼큼 기침을 한 의원은 다시 팔짱을 끼고 데스크에 오른 탓에 허공에 붕 뜬 두 다리를 살살 흔들었다.


“이번 휴일은 같이 보내자고 하더니 말이야.”

“같이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고 따뜻하게 엔젝스나 한 잔씩 하면서, 그러다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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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TC
2019년 12월 21일

"스패너 쓰지 마."

"그게 뭔데."

"모든 일을 스패너로 해결하지 마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노티카는

샴페인 뚜껑을 스패너로 따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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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TC
2019년 12월 21일

이번 일만 끝나면 렉커즈 사령관 내가 꼬신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딱 그거야

우리 같이 싸우기도 했었다니까? 알잖아 격렬한 전투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마음연거ㅎㅎ

구라 같지? 옵티머스 프라임에게 물어봐 전투한거 알고 있어

뭐 그때 나도 사령관 인정못하고 겉돌은거 인정해 야 솔직히 그땐 싫었거든 말로 꼰대질하고 블라블라 잔소리에 자꾸 호칭 이야기하니까 거슬리지 안 그러냐

그래도 그거 한번 합 맞춘 싸움 겪고 나니까 이전이랑 훨씬 다르게 보이더라고 싸우는게 멋있긴 했어 쫌 설레더라

아 됐고 어떻게 꼬실건지 들어봐봐


먼저 내가 따악 양손에 에너존 한 캔씩 들고 있는거지 분위기는 벌크헤드가 만들어줄거고 흐름은 차분한게 중요해나랑은 안 맞는다고?

아냐 나도 진지한면있다니까

나대다가 진중해지는 갭차이를 보여주면 당연히 설렐거 아니냐 응?

그러고나선 사령관을 불러야하는데 좋은 핑곗거릴 대야해 예를 들어 디셉티콘의 경계나 탐색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대해서 의논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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